코덱스 기가스
13세기 초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코덱스 기가스는 라틴어로 작성되어 있고 당시 수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m에 달하는 길이와 무게는 76kg로 160마리의 당나귀로부터 얻은 320장의 피지로 이루어진 고문서입니다.
베네딕트 수도원의 수도사였던 헤르만은 중죄를 지어 산 채로 벽 속에 감금되는 형벌을 받게 되는데 이대로 죽게 될 것이라는 걸 직감한 헤르만은 단 하루 만에 인간의 모든 지식을 담아낸 성서를 만들어 내겠다고 수도원에 거래를 제안합니다. 성서 필사는 중죄를 면할 정도로 성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수도원은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최소 수년 많게는 몇십 년이 걸리는 필사 작업을 하루 만에 완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헤르만은 한계를 느끼고 도움을 구하기 위해 하늘에 기도를 하는데 신이 아닌 악마에게 기도를 하게 됩니다. 부름에 응한 악마는 헤르만에게 자신의 힘을 빌려주고 대가로 영혼을 가져갔으며, 그렇게 헤르만은 하루 만에 성경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악마의 성경, 코덱스 기가스의 전설입니다.
현재는 스웨덴 국립도서관에 실제로 보관되어 있으며 지구상에 현존하는 책들 중 가장 방대한 필사본입니다. 전설뿐만 아닌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는 코덱스 기가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코덱스 기가스의 577페이지에는 50cm 크기의 악마가 그려져 있는데요 둘로 나뉜 혀, 초록색 얼굴, 두 개의 뿔이 그려진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헤르만이 영혼을 판 악마의 모습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그림에 있는 악마는 7대 악마 중 하나인 '벨페고르'라는 악마와 흡사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태를 상징하는 악마 '벨페고르'는 인간과 염소를 합쳐놓은 모습으로 머리에 뿔이 달려있는 모습입니다. 코덱스 기가스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책의 내용 중 저 그림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고 합니다.
하루 만에 완성?
코덱스 기가스는 다른 성경과 다르게 모습이 많이 달랐는데 적색, 청색, 황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이루어졌으며 목제와 철제커버로 화려하게 장식까지 되어있습니다. 문자 전체는 정교한 라틴어로 적혀있으며 600여 페이지 전체가 단 한 사람의 필체로 되어있으며 글씨의 흐트러짐이나 오타가 없다고 합니다. 필적 감정을 통한 분석결과 한 사람에 의해서 쓰인 것은 틀림없으며, 베네딕트 수도원에 헤르만이라는 인물도 실제로 존재하였습니다. 학자들은 글과 그림까지 완성하는데 15년 , 중세 수도사의 생활 패턴까지 고려한다면 코덱스 기가스를 완성하는 데는 약 30년이 걸릴 거라고 추측합니다.
사라진 8장
코덱스 기가스의 미스터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320장 중 8장이 없는 것인데요 13세기에 만들어져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보관하다가 15세기에 종교전쟁으로 인해 수도원이 무너지면서 당시 코덱스 기가스를 지키려던 많은 수도사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후에도 주인과 공간이 바뀔 때마다 엄청난 사상자가 생겨 악마의 성경이라고 불리게 된데 한몫한 것 같습니다. 학자들은 이동과정에서 8장이 유실되었을 거라고 추측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실된 8장이 끔찍한 비밀이 숨겨져 있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감춘 것이 아니냐 라는 얘기와 코덱스 기가스의 분량은 '집요함을 넘어선 광기에 가깝다'라고 말합니다.
과연 코덱스 기가스는 정말 한 사람이 만들어 하루 만에 완성을 했고, 헤르만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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